buddies

 

PC판 동인게임 소개 및 다운로드

『판타즈마』는 2007년에 공개된 여성향 비주얼 노벨게임으로, buddies의 처녀작입니다.

성원에 힘입어 2009년에 모바일 게임으로도 출시되었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청을   Hit : 1228 
  [풍아루트] 높임말

비가 내린다.


천둥도, 벼락도, 바람도 동반하지 않는 비는 조용하다.
빗줄기도 가늘어서 그칠 듯 말듯한 것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 비는 조금씩 내 어깨를 적셔가며 내 체온을 빼앗아가려는 모양이지만, 글쎄…….

멍하니 그를 기다리는 내게서 비가 가져가는 것은, 오히려 소리다.
미약한 빗줄기가 주변의 소리를 흡수하고 있다는 것.그것은 모순일까.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가까운 도로의 자동차 소리, 심지어 비가 오는 소리조차 희미해져간다.지나가는 사람에게 밟힌 물웅덩이에서 튀어오르는 물방울을 보다가 내리는 비에 초점을 맞춰본다.
그러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기억에 지어진 미소는 불가항력이랄까.


'그 사람을 빗속에서 가만히 바라본 적도 있었지, 아마-'


[──당신이 있는 세계니까.]


"으아아.... 나도 참 주책이라니까////"


갑자기 귓가에 스쳐지나가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혼자 발그레-해진것도 뭐, 어쩔 수 없다구. 난 연애중인 평범한 여자니까,쳇. 애초에 그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반칙이야-라고 작게 항변해봐도 괜히 혼자 쑥스러워져서 시선을 내리게 된다.

발끝으로 땅을 톡톡 치다가 비가 그친듯한 느낌에 '비가 이젠 내 생각의 흐름마저도 가져가버리는 건가'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어라, 왔어요?"


비가 그친건 아니었지만, 어느새 그가 내옆에서 우산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사르르 풀려버리는 얼굴도 모르고, 헤실헤실 거리며 웃어버렸다.
그는 내게 있어 그런 사람이다. 조금 늦었잖아요,라는 불평도 웃는 얼굴로 해버리게 만드는 사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 시선을 맞춰보니, 조금 책망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움찔해버렸다.


[비를 맞으면서 기다리신겁니까?]


"에?"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이제 곧 가을입니다. 이런 시기에 맞는 비는 좋지않아요.]


"아하하... 괜찮아요, 괜찮아. 비 내린지도 얼마 안 됐는걸. 게다가 이런 이슬비는 조금 맞아주는게 예의라구요?"


[.....]


내 말에 작은 한숨을 내쉬며 한 손으로 내 이마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주는 그 사람.
내 쪽으로 우산을 기울인 탓에 그 사람도 머리카락에 작은 물방울이 맺혔다.
평소에도 예쁘다-라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물기가 어려 반짝이는 붉은 머리카락은...뭐랄까 시선을 뺏겨버릴 정도다.흐음 곤란해곤란해-


[그래도.. 비를 피할 장소는 많지 않습니까]


"에에 하지만 여기서 만나기로 했잖아요,우리."


[.....?]


"내가 다른데로 가버리면 못 찾을 수도 있으니까...만나는 시간이 늦어져버린다구요.
그리고 이렇게 우산을 들고 나와줬잖아요?"


헤헤웃어버리는 내 얼굴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버리는 그 사람.
그래도 또 한마디하려는 낌새가 보여 재빨리 팔짱을 끼고 기울여진 우산을 바로 세운다.


"우- 여기서 서있을게 아니라 빨리 데이트하러 가자구요,데이트! 정말이지 모처럼 만났는데!
그리고 우산은 이렇게 같이 쓰는 거라구요. 풍아씨만 비맞는 것 같아서 싫어"


[그래도 이미 옷이 젖어버리지 않았..]


"맞는 것도 같이,쓰는 것도 같이! 전에도 말했지만, 난 그게 좋아요."


[하지만..]


"칫,잔소리쟁이-"


[.....]


잔소리쟁이라는 말에 굳어진 풍아를 데리고 나는 왠지 모를 유쾌함에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갔다.
그렇다. 붉은 머리카락에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마음씨를 가진 사람.
.....내가 사랑하는 풍아라는 사람.





그로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환상세계에서 있었던일은 조금씩 조금씩 지워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물론 완전히 잊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효각,상저,천형,등홍,만후,주호,사나....있지못할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역시 가장 많이 떠오르는 사람은 류빈이다.
풍아와, 또 나를 위해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준 사람이니까.

풍아는 생각보다 적응하는 속도가 빨랐다. 류빈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는 측면도 없잖아 있겠지만, 본인이 정말 필사적이었다.
내가 수능준비를 다시 시작했을 때, 이 사람은 우선 이 세계의 전반적인 측면을 파악하기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지식이라면 가리지 않고 습득해나갔다.재수생인 내가 오히려 더 자극받아서 공부를 하게 만들정도였달까..
한가지 예로 들어보자면 무려 2년만에 검정고시를 통과해서 고등학교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가지게 된것. 역시 종자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지위가 아니었다는 것을 반증하듯 말이다.
(기쁘긴 했지만 풍아와 내 머리를 비교하다가 좌절한 건 말 못해!)

학력의 필요성을 느끼긴 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신세지는 것도 신경쓰인다고.
나는 다행이 서울 소재의 원하던 대학에 합격해서 줄곧 삼촌댁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류빈이 떠나고 나니 미혼의 남녀가 동거비스무리...한 생활을 하게 된 꼴이 되서...대학진학보다는 취직을 선택한 것이다.

세계적인 대기업..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이름있는 기업의 인턴사원으로 뽑혔다는 소식은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대졸 실업자가 몇만명인 판국에...
게다가 1년동안 업무에 필요한 교육과 숙식도 제공해준다는 것이 아닌가!!..(현재 풍아는 기업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나온 후, 근처 원룸을 구해 생활하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랄까, 풍아는 그와중에 기업의 눈에 띄어 정식으로 입사하게 된 것이다-그것도 3개월 전쯤에.(내가 다 뿌듯했지만 '우우-난 조금 있으면 취업난에 허덕거리다가 말라비틀어질지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에 또 한번 좌절해버렸다.)
물론 그 덕에 자주 만나지도 못하게 되버려서 너무 잘난 남자를 만나면 고생한다는 말을 처절하게...실감하고 있는 중이란 말이지.


[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내가 상념에서 벗어난 건 내게 와닿는 풍아의 목소리때문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아아 그냥요. 풍아씨는 바쁜 남자-라는 것 정도?"


[..그점은 정말..죄송합니다...]


"아하하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요. 농담이라구요, 농담?
그나저나 메뉴는 골랐어요?"


으이구..농담정도는 그냥 넘겨달라구요.


[네. 휘은은?]


"저도 다 골랐어요.맛있을 것 같아-"


단지 주문하는 것 뿐인데, 풍아의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흐뭇해진다.
정말 잘 적응했구나 싶어서.

풍아는 이제 다른 사람들과도 마음만 먹으면 대화가 가능하다.
류빈의 말해준 것 처럼, 또 사나에게 말을 걸었던 것 처럼 '본연의 존재 그 자체'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 말이다. 들리는 사람의 범위라던가, 특정 대상에게만 들리게 한다든가..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쉽게 말하면 사념을 '조절'하는 방식을 터득한 것이다. 사념을 보내면서 그에 맞게 입모양을 맞추면 감쪽같달까.. 후후 일반적인 사람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하지만 그 것도 장시간 사용하면 정신적인 피로를 느끼기때문에 평소에 대화할 때는 오직 나만 들을 수 있는♡ 원래의 방법으로 대화한다.

곧이어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자연스럽게 칼질하는 풍아를, 나도 모르게 계속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에게 물을 따라주기위해 내쪽을 바라보던 그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해버렸다,이 사람.

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지-나도 그제서야 내가 턱에 팔을 괴고 흐뭇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는 걸 알았다-허공에서 손이 어물어물대다가, 무려, 물을, 바닥에 흘려버렸다.
금세 안정을 되찾은 풍아가 물병을 제자리에 놓은 덕에 조금밖에 흘리지 않았지만, 어쩐지 낭패다-하는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 모습에 남몰래 웃어버린건 비밀♡

어차피 웨이터가 조금 있으면 닦아줄테니까하고 가만히 내버려뒀던건...실수였을까.
다다다하고 작은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어떤 아이가 미끌! 하고 넘어져버렸다.

넘어진 후에도 상황파악이 잘 되지 않는지 눈을 깜빡깜빡거리다가...이내 울음을 터뜨리려는 듯, 울먹울먹거리는 아이. 예상치못한 상황에 당황해버린 나와는 다르게, 그는 침착하게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와 눈을 맞춘다.


[아프진 않니?]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를 달래는 모습이 익숙하다-랄까. 아..확실히 어렸을 때 류빈이랑 아이들을 종종 돌봐주거나 했다고 했었지.

풍아의 부드러운 미소에 금세 안정을 되찾은 아이는, 이내 씩씩하게 대답을 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문제는 이제 내가 그 미소에 사로잡혀버렸다는 것이지만.


[...? 왜 그러십니까?]


"...에..?"


[어쩐지 조금 멍하신 것 같아서..역시 아까 맞은 비 때문에?!]


"아..? 우아아 아니에요!그런게 아니라..!!"


[...이럴게 아니라 자리를 옮겨야겠습니다]


"정말 그런게 아니라니까요!그게, 그러니까..."


우- 2주동안 얼굴도 못 본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때에 그런식으로 웃는 사람이 나쁜거란말이에요!!....라고는 죽어도 말 못해...
만나자마자 머리카락에 홀렸을 때부터 알았어야했는데..!!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계속 바라보는 모습에 나는 차마 시선도 맞추지 못하고 이 난관(?)을 어떻게든 헤쳐나가기 위해 머리를 짜내야 했다.
무슨 말을 해야, 무슨 말을 해야 그런 부끄러운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거지?!


[휘은...?]


에,에잇 나도 모르겠다-!


"그, 그냥 풍아씨가 말을 높이지 않는 거, 처음 본 것 같아서..."


[예?.....말을 높이는 것...?]


의외의 대답이 나온 탓인지 그는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나도 생각지 않은 말이 갑자기 나와서 조금 당황해버렸지만, 다행히 신경을 다른 데로 쏠리게 하는 것은 성공한 모양이다.
오케이, 이렇게 된 거 밀고 나갈 수 밖에.


"그,그렇잖아요. 풍아씨, 아직 나한테도 말 높이고 있고..
어라라? 진짜 다른 사람한테 높임말쓰지 않는거 처음 보네?"


[제가...그랬던가요?]


"에이, 그건 본인이 더 잘 알잖아요? 역시 어린아이라서?"


풍아씨는 곰곰히 생각해보는 눈치였지만, 때마침(뒤늦게) 나온 사이드메뉴 덕분에 화제를 다른데로 돌릴 수 있었다.
후우-십년감수했네. 아무리 나라도 그런 말을 입밖으로 내뱉는건 무리라구우-
그런데 진짜... 놀랐다... 그런식으로 말이 나올줄은 몰랐어...





그렇게 나름대로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겸, 가까이에 있는 공원을 걷게 되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깨끗하게 개인 하늘과 먼지가 씻겨 내려간 공기에 청량감마저 들고,
촉촉하게 젖은 식물들이 내뿜는 싱그러움에 살며시 미소짓게 된다.

아무래도 나, 약간 들떠버린것 같아...
2달같은 기나긴 2주를 보내고 마주잡은 손이 그저 좋아서-

참아보려고 해도 비집고 나오는 웃음에, 너무 헤실거려서 바보같아보일까 잠깐 걱정하긴했지만...정말 불가항력. 말 그대로 내 힘으로 어쩔 수 있는게 아니라서 결국 참는 것도 포기.

나는 아무래도 4학년 끝자락이라 취업준비다뭐다해서 바쁘고, 신입사원격인 풍아역시 마찬가지. 요새들어 정말 만나기 힘들어진건..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이거 너무 슬프잖아..
흐음.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한것 같지만, 요지는 4년 연애한거 치고 이렇게 좋아라하는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는 거-


[학교생활...많이 힘드신겁니까?]


"하아-조금요. 아무래도 내년이면 졸업이고. 학과교수님까지 부담주고..
동기들중에 벌써 취칙했다는 애들도 있는 모양이니까요. 우우 대학만 들어가면 걱정거리는 없을 것 같았는데-"


[지금껏 열심히 해오지 않았습니까. 걱정하지마십시오.]


조금 우는 소리를 하는 내모습에, 정작 자기가 걱정스런 표정이다.


"그래도 걱정을 어떻게 안해요~ 어라, 나 그래도 데이트는 꼬박꼬박하고 있는걸.
아하하- 이건 걱정하는 사람의 태도와 조금 거리가 멀다,그죠?"


[그,그렇게 됩니까..]


"게다가 풍아씨는 이미 직장인이잖아요? 와, 세상에, 그것도 탄탄한 기업에 다니고 있고..
나빴어- 만약 직장을 못 구하면 풍아씨 책임도 있는거예요. 알았죠?"


아, 정말 나쁜 버릇이 들었다니까. 어렸을 때 남자애들이 왜 좋아햐는 여자애들을 그렇게 괴롭혔는지 알 것같아..
작년에만 해도 이런 버릇은 없었던 것 같은데. 자주 못 본다고 투정부리는 걸지도?

속으로 쿡쿡 웃다가 여느때처럼 풍아의 당황한 얼굴을 상상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어라,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생각하면 이쪽이 곤란해요. 그냥 평소처럼 당황해 달라구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하지 말라니까..


"잠깐, 알겠다니요?"


[...책임지겠다는 뜻입니다만..]


"에엑?!"


[확실히 제가 받는 급여는 이 세계에서 같은 나이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많아진다고 했으니,그 점에 있어서는 제가 노력하면 당신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진학보다 취업을 선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우아악 그만그만 스토옵-!! 그런 얘기는 아직 이르다구요!"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깨달은 풍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멈췄다.
얼굴도 약간 상기된 것이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애초의 목적(?)과 다르게 풍아씨를 놀린다거나 하는게 불가능했다.

방,방금 무슨 말을 들은거지? 으아...그런 말을 듣게 될줄은////
결혼같은거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고, 그 대상을 풍아외에는 생각해본적이 없지만,
막연하게 대학 졸업하고 몇년동안 직장생활하다가 할거라고 생각....어라, 나 방금 풍아씨랑 결혼한다는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잠깐만, 그럼 풍아는 진학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릴때부터 결혼을 염두해두고 있었다는 소리!?
으아아@_@ 생각이 나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구요 당신!?

내가 헬렐레하고 정신못차리는 동안 어느새 침착해진 풍아는 그런 내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고 고개를 들자, 눈이 따악-마주쳐버렸으니까.

그 바람에 나는 또 당황해서 어쩔줄모르는데, 이 사람...지금은 왜 이렇게 침착한 건데?

그 모습을 보다보니, 덩달아 나까지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저..]


"..?"


어쩐지 주저하고 있는 모습..? 하고싶은 말이 있는 건가?


"왜 그래요?"


[실은 아까 전부터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방금 전에도 그런 말까지 하려던게 아니었는데.. 신경이 다른데로 쏠린탓에..]


"아하하- 그럼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게 반사적으로 나온 거예요?"


[..예]


"에-진짜? 아니아니,놀리려는 게 아니에요. 사실... 기쁘기도 하고...
에이이 또 나까지 부끄러워지려고 하니까, 빨리 말해봐요."


내 말에 그렇습니까..하고 작게 웃어보인 그는, 이내 조금 걱정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역시..부담스러우십니까?]


"에? 아까 풍아씨 말이요?
아니예요~ 나, 풍아씨랑 결혼한다는 거, 막연히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니까"


[그것이 아니라..좀 전의 일입니다만]


"음...그럼 내가 걱정하고 있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고 한말? 풍아씨를 만나는거 부담스러워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럴리가 없잖아요! 아까 그말은 장난이었고...이런 때에 풍아씨마저 못 만난다면 그게 더 힘들다구요!"


[...그것도..아닙니다...]


이런;; 나는 행여나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봐 나도 모르게 부끄러운 말을 토해냈는데...
이것도 아냐?
에잇 얼굴 붉히지 말고 제대로 질문해달라구요---ㅅ!!


[아까 식사할 때...말입니다.]


"식사할 때?"


[역시..높임말이...부담스러우신 겁니까?]


"높임말..? 설마... 그거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전개라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져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놀란 기색도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거든요.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요."


[솔직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후우..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풍아씨가 십년도 넘게 써온 말투고..
몸에 밴 습관을 굳이 바꾸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 또 바꿔야 할 만큼 나쁜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


"에에 뭐 실은, 언제 말을 놓을까-하고 기대해본적도 있지만."


[기대...?]


"그게..애초에 풍아씨가 말을 높인 이유가 류빈과 반말하는(?) 사이인 내게 말을 낮출 수 없다..였잖아요?
그래서 이 세계로 돌아왔을 때 그 이유가 사라졌으니 나름 기대했었는데..
아하하- 여기 와서도 역시 같은 말투라서 직업병이구나..했죠."


[...실망..하셨던 겁니까..?]


으음...직업병이라는 표현은 조금 이상한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어쩐지 풀이 죽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생각지도 못했는데..라고 조금은 자신을 탓하는 듯한 말과,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는 모습에..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알게 모르게 그런 뜻을 내포하는 말을 한 건가-하고 뜨끔해버렸다.
..어째 오늘따라 당황스런 일만 연달아 일어나는 거지..


"아니,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닌데..! 내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고 그렇게 실망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 그리고 풍아씨 말투 굳이 싫다고 생각해본적도 없구요!
오히려 뭐랄까...그,그래 존중!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아암, 좋고 말구요!!"


그렇게 뭐 찔린 사람처럼 계속 말을 쏟아내다가, 횡설수설하고 있는 자신을 알아챘다.
풍아씨도 그리 수긍하는 눈치가 아니고... 어쩐지 내가 말을 할 수록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내가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이다.

이 상황을 어물쩍 넘어가버리면 당장은 좋겠지만..


[.....]


그런 표정을 보느니 역시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낫겠지...


"..솔직히 조금 아쉬운건 사실이지만요..."


차마 눈을 보면서 말 할수가 없어서, 잘못한 아이처럼 고개를 숙여버렸다.


"물론 말투가 애정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도 아니고, 싫은 건 더더욱 아니지만..."


우물우물거리다가 입 속에서 맴돌던 말도, 결국 꺼내버리고 만다.


"..좀 거리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요..
...나도 말을 높이고 있긴 하지만..그래도 풍아씨 말투는 뭐랄까, 경직되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 풍아씨보다 네살이나 어린데, 연인사인데.. 내가 풍아씨를 편하게 해주지 못하는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그래서..."


앗차-그건 계급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굳어진 말투인가?! 하는 생각과 실수했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후회되려는 차에, 별안간 따뜻함이 느껴져 생각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까..]


"...풍아씨?"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진작에..눈치채야 할것을...죄송합니다..]


갑자기 안겨버려서 놀라긴 했지만, 마치 그런 생각을 한게 내 잘못이 아니라는 듯 따뜻하게 안아주는 덕에 조금 복잡했던 감정이 사르르-풀렸다. 그리고 내내 자신을 탓하는 듯한 그를 나도 마주 안아주었다. 그도, 잘못한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면서도 여전히 같은 말투에, 한결같은 사람이라니까-라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온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살짝 눈을 감고, 따뜻함을 느끼며 서있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표정가득 애정이 서려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낯선 생활에 적응하려고 하다보니 제가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가는것 같다는 생각을..한 적이
있습니다.]


"...?"


[내 곁에 있어 주는 당신에게...완벽한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그 때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식의 생각이 당신에게 그런 방식으로 나타나것..]


"아.."


[그래서 그런식으로 당신에게 격식을 차리고..
스스로에게 당신에 대한 제한선을 만들어버렸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모르는 사이에 당신을 섭섭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아아 정말이지... 이 사람은 언제나 진심뿐인 사람이구나..
선을 그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가슴가득 차오르는 것은.. 사랑스러움이다.


"하지만..이젠 알았죠?"


[..예?]


"내가 풍아씨에게 그런걸 바라지 않는다는 거."


살며시 웃어보이는 그 얼굴에, 나는 안겨있던 자세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의 어깨를 팡팡-두드려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말했지만, 어깨에서 힘 빼요.
그리고 내가 '뭐든지 같이!'가 좋다고 했지요? 그동안 잊고 있었던거예요?"


[!!]


"뭐야...정말? 아하하- 그럼 이번엔 잊어버리면 안 되요?"


그렇게 웃는 내 얼굴에 마주 웃어주는 그가 마냥 좋아서... 내가 물러난 만큼의 거리를 다시 채우는 그 사람을, 나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가 깨어질까 두려운 것처럼..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내 얼굴을 감싸고 있었고..입술에 부드러운 것이 잠시 머물렀다가...아쉬운 듯 떨어져나갔다.


그때문에 웃다가 멍-해진 나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노력할테니까.]


여느때보다 환한 미소와 함께.


[우리, 같이.]


그제서야 제대로 정신 차린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소리칠 수 밖에 없었다.


"우앗, 어느틈에...!!풍아씨 반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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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을입니다.

매일 눈팅만하다가 이렇게 글도 써보고 후기까지ㅎㅎ 감회가 새롭네요.
연재물을 끌고 나가기에는 필력도, 시간도 부족한지라 어떻게든 한편에 때려넣었(?)는데..
단편으로 끝나는 글에 설정을 너무 많이 집어넣어 글이 좀 길어진것 같기도 하고;;(제 성격상 빼버릴 수가 없어서ㅠㅠ)
대신, 만약 제가 또 글을 올리게 된다면 이 설정 그대로 간다-고 생각해주세요ㅎㅎ

실은 저, 풍아가 주인공에게 언제 말을 놓을까-나름 기대하면서 풍아루트 클리어했는데, 엔딩에 가서야 높임말을 쓰지 않더라구요.
조금 아쉬운 마음에 '이거다!'하고 글을 쓰기시작했는데...살이 많이 붙어버렸네요.
역시 풍아와 주인공사이에 알콩달콩이랄까..그런 장면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나봐요.
결국 이 글은 사심채우는 글입니다ㅎㅎ

달달or간질간질...이 이 글의 목적이긴 한데 잘 전달 되었는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mluv4ever
아잉 이런거 너무 좋습니다 :) 2012-05-14 
 이주연
이거 만든 님 대단한듯 ╰|⊙o⊙ |b 2013-01-25 
 청을
smluv4ever님/끝까지 읽어주시고 또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달한 풍아 좋지요- 에헤헤
이주연님/우왓 감사해요!! 존잘님이 많으셔서 쭈그리고 있던 제게 힘이 되는 말씀!ㅋㅋㅋ
긴글이라 불편하지 않으셨는지;;
2013-01-29 
 유월
달달 간질간질이 목적이라면 성공하신거 같아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3-03-09 
 
어머 달달해요>_< ㅋㅋㅋ
이렇게 풍아도 말을 놓게 되었던 거군요! 매우 바람직합니다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이렇게 진짜 데이트 다운 데이트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왜 제가 이렇게 벅차오르는 걸까요!
2016-02-11  

경일루트 - 약속 [1]  Andy Andrew 
[풍아 시점] 7월 21일 [1]  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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