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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판 동인게임 소개 및 다운로드

『판타즈마』는 2007년에 공개된 여성향 비주얼 노벨게임으로, buddies의 처녀작입니다.

성원에 힘입어 2009년에 모바일 게임으로도 출시되었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Andy Andrew   Hit : 264 
  경일루트 - 약속


무례를 범했군요. 쓸쓸함이 가득 차있는 듯 늦가을을 닮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정의 답을 하자 머쓱한 듯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상되어지는 웃는 모습이 '날 기억해 줘'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어쩐지 왼쪽 가슴이 아파왔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잊은 찝찝한 기분.


아까 표정 조금 밝으시던데, 시험 잘 보셨나봐요.
아아, 조금요, 그쪽은 잘 보셨겠지요…?


나는 되물으며 슬쩍 그의 품속에 반 쯤 들어가 있던 내 몸을 빼내며 이름 모르는 내 앞의 그 사람에게로 시선을 두었다. 보면 볼수록 그립고 아파와서, 보면 볼수록 미안해지는 어느 마음 한 구석에 그렇다는 답을 놓칠 뻔 했지만,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심하게 끄덕였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있었지만, 그런 기분이 전혀 아니였다. 연인과 함께 있는 듯 조금은 설래이는 느낌에 '외로워서', 혹은 '그 때문에'…. 아픔과 슬픔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작년 일을 이제와서 꺼내서 뭘 어쩌겠다고. 시선을 땅에서 조심히 위로 올리자, 내리는 첫눈이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서울은, 첫눈이 참 빨리오네요.
그런가요? 지방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래도 눈 참 예쁘죠. 어떡하면 이렇게 수능 날 딱 맞춰서.
……우리 이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할까요? 그쪽 이름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 질문에 순간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며 날 바라보는 시선도 익숙해서, 이유 모를 울컥함은 나를 찾아왔다. 억울함? 미안함? 죄책감?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되지 않는 이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 대체 무엇이길래….


네, 저는 신경일이라고 해요.
신경일…, 저는 OOO이라고 해요.
OOO, 예쁜 이름이네요. 아, 혹시…….


말하기를 주저하는 듯, 말을 잊지 않고 나의 반응을 살펴오는 행동. 나는 밝게 웃으며 괜찮다, 말해보라. 고 했고, 내 답에 그제서야 안심한 듯 경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아주 살짝 미소를 띄우며, 호기심 섞인 눈빛으로 내게 질문해왔다.


혹시, 우리 이게 첫 대화 아니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래요? 어, 있잖아요 OO. 실례될지 모르겠는데, 전화번호 교환해도 될까요?


굉장히 당당하게 내 번호를 따가려는 의도에 나는 방금 전의 경일처럼 조금 당황했지만, 곧 전혀 안좋은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얼굴에 그가 내민 수첩에 내 번호를 적고, 그는 자신의 번호를 손에 쥐고있던 수첩에 적고는 그 종이를 북 뜯어 내게 건내었다.


전 이만 가 볼곳이 있어서요, 내일 제가 연락할게요.
아, 네….


어쩐지 불안해졌다. 이렇게 놓으면 또다시 무언가를, 작년처럼? 아니, 뭐지? 뭘 잃지? 모든 느낌이 혼란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학원에서 얼굴 몇 번 스친게 전부인 저 사람이 뭐라고 나는 안기고, 울컥하고, 안타깝고, 죄책감 비스무리한 감정에, 잃는다는 표현을 쓰고, 작년의 그 일을 떠올…


약속할게요.
네?
꼭 전화한다고, 약속할게요. 그리고 여기서 내일 또 만나요, 시간 가능해요?
네, 네. 가능해요.


경일은, 신경일은, 내 답에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나도 곧 자리에서 일어났고, 아까부터 사라지지 않는 그의 목소리와 약속이라는 단어에 이상한 감정이 섞이기 시작했다. 정말 이상하다, 정말 슬프고 아픈데, 너무 행복하다. 저 사람을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너무 행복하다. 내일 또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행복해서 미칠 것 같아.

-

OO야, 여전히 예쁘더라.
웃는 모습도.
말투도.
모두 너무너무 예뻐.

OO, 내일 또 너를 볼 수 있겠지.
너의 웃는 모습을 또 다시 볼 수 있겠지.
신이 내린 기적이라고 생각해.
어머님이 매일 기도하신 노력이 이렇게 나타났나봐.

있잖아, OO아. 나는 널 기억하고 있어.
그 때처럼 남의 기억과 뒤섞이지 않은 순수한 내 자신이 널 기억하고 있어.
나는 너를 사랑했고,
지금도 너를 사랑해.

그 때, 너를 사랑한건, 박경민이 아니야.
신경일이었어.

너가 병원에서 나를 보고 너는 신경일이라고 알려줬던 걸 기억해.

OO야,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면.
내가 완전히 너를 사랑할 용기를 가지게 되면.
그때 다시 고백할게,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우리 그 때까지, 천천히 다시 추억을 만들자.
같이 영화도 보고, 그 때 그 술집에도 가고, 롯데ㄹㅇ에도 가서 햄버거도 먹고.
같이 갔던 분식집에서 떡볶이도 먹고.

수능이 끝난지 100일 되는 날, 우리 다시 백일 파티 하자.
내 내면의 박경민과 너가 아닌, 신경일과 너가 하는 백일파티 말이야.

OO, 벌써 보고싶어.
OO, 널 사랑해.
OO, 너와의 약속을 기억해.

이제, 내가 천천히 다가갈게.
너의 기억이 사라진 건, 나라는 주체를 헷갈린 죗값이라고 생각할게.
이렇게 혼잣말이라도 반말 쓰는게 너무 좋다.

다시 너가 내게 말을 놓고 편하게 다가오면.
이 눈이 그치고 다시 꽃이 피는 봄이오면.

너는 다시 내게 안기길.
우리의 '약속'이 지켜지길.

너와 나, 약속의 장소에서.

평생을 약속하길.

평생

사랑하고

행복하길

우리

단 둘이.

- Fin -



 
와...! 경일이는 기억을 하고 있었군요ㅠㅠㅠㅠㅠ
게다가 경민이와는 상관없이 주인공을 사랑하다니!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달달하고 앞날이 기대되는 단편이었어요>_<

그리고 엄청 사소한 거지만, 폰에 직접 번호를 눌러주지 않고 메모장으로 교환한 거 너무 낭만적인 것 같아요ㅎㅎ
20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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